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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개발

꿈을 대체할 무언가

devhanyoung 2024. 6. 6. 12:41

 

 

1. 꿈을 대체할 무언가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듯, 나는 최근에 꿈을 놓아 주었다. 무거운 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나를 지켜보는 감시자로부터 벗어난 듯 해방감이 느껴졌다. 미래에 대한 거창한 고민 없이 내가 원해 온 개발 학습에 매진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나를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사라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꿈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와 그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개발 공부는 여전히 즐겁게 느껴졌지만, 그 너머의 목적의식이 없으니 이전과 같은 열정은 생기지 않았다. 애써 고민할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다가도 마음 한 켠이 허전하게 느껴졌다. 이런 지점에서 나를 나아가게 하는 목적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명확한 꿈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목적의식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2. 유.강.스(유연성 강화 스터디)를 통한 목적의식 되찾기

목적의식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할 때쯤 레벨2 유강스가 시작되었다. 마침 좋은 기회였다. 유강스를 이용해 목적의식을 되찾고 열정의 불씨를 다시 지펴 보리라는 계획을 세웠다. 유강스 목표는 ‘현재의 목적의식을 인지하고, 그 목적의식에 맞는 삶을 사는지 돌아보기’로 정했다. 목표는 그럴듯하게 세웠으나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다. 우선 빠르게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고, 스스로 발전시키고 싶은 역량을 나열해 보았다.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능률적으로 학습하기’, ‘효과적으로 문제 해결하기’, ‘꾸준히 성장하기’. 이 세 가지는 분야 상관 없이 평생 동안 중요하게 가져가야 할 핵심 역량이라 생각했다. 또한 내 관심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들이기도 했다.

 

이러한 탐구를 바탕으로 그 다음 주차 실험 계획은 ‘나만의 목표 추구 프로세스 확립하기’로 세웠다. 단지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지를 다지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구조를 세팅하여 목표를 달성할 확률을 높이려 했다. 이번에도 액션 아이템은 그럴싸 했으나 막상 시작하기 쉽지 않았다. 긴 고민에도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함께 자라기”, “One Thing”, “더 시스템”을 연달아 읽으며 영감을 끌어 모으다시피 했다. 책에서 힌트를 얻어,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목표를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고안할 수 있었다. 성장 에너지를 자생적으로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아 “무한동력”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세부 사항을 생략하자면 다음과 같이 간단한 단계들로 구성되었다:

  1. 목표 설정: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영역을 2~3가지 설정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측정 방식을 세운다.
  2. 일일 실행과 회고: 매일 목표와 할 일을 점검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목표 달성 여부 및 개선 방안에 대해 회고록을 작성한다. 기존 목표 외에도 개선하고 싶은 사항이 생기면 기록해둔다.
  3. 주간 회고와 조정: 한 주 마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한다. 평가와 일간 회고록을 바탕으로 목표와 프로세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한다.

3. 무한동력 프로세스를 통한 변화

‘프로세스를 적용한 뒤, 내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일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이전과 다름 없이 우테코에 등원해서 수업 듣고 열심히 미션하고, 가끔 짬이 나면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았다. 다만 회고와 의식적인 개선이 그 사이에 추가되었다는 점이 달랐다. 일주일 단위, 하루 단위, 그리고 필요하다면 4시간 단위로도 회고했다. 짧은 단위로 회고하며 내가 추구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목표로 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의식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로 인해 나에게는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생겼다.

  1. 고민을 길게 하기보단 빠르게 실행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이전에는 실행하기에 앞서 최선의 방안에 대해 길게 고민하는 유형이었다. 시간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쓰려다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빠르게 실행하고 짧은 단위로 피드백 받으며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취한다. 고민이 길어지는 문제라는 것은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일의 결과는 어차피 예측할 수 없다. 이제는 이 사실을 알기에 불확실성에 마주했을 때 끙끙 앓지 않고 유연하게 돌파할 수 있게 됐다.
  2. 개선 의식을 갖는다: 개선을 하려는 의식을 갖느냐, 안 갖느냐는 천지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가 양치를 20년 넘게 해왔다고 해서 모두 양치 전문가는 아니다. 개선하려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하는 것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그런데 학습이나 문제 해결과 같이 중요한 영역에서도 양치와 다를 바 없이 개선 의식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효과적으로 학습하고 싶다는 바람은 늘 있었지만,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 내 학습 방식을 돌아보고 개선해보려는 시도는 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3. 1, 2번을 바탕으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빠른 실행 및 피드백과 개선 의식이 결합되어, 나는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목표를 세워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이제는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고, 회고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무한동력 프로세스는 내게 매 순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실행 → 성장 → 성취감 → 실행’의 선순환을 그리며 행복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4. Integrity가 지켜지는 삶

“Integrity”는 분열되지 않고 완전한 상태를 의미한다. 사람에게 분열되지 않고 완전한 상태란 무엇일까? 자신이 설정한 가치와 삶이 일치하는 상태, 쉽게 말하면 언행일치의 삶이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삶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 내면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Integrity에서 벗어났음을 자각할 때 혼란을 경험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믿었던 가치를 배반하는 행동을 할 때 자신과의 신의를 저버린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모종의 패배감이나 우울감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 시청 시간을 줄이겠다고 다짐했지만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할 때, 또는 매해 신년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할 때 우리는 좌절감을 느낀다. 더 진지한 사례로는 오랫동안 꿈꿔온 목표가 실제로는 자신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를 들 수 있다. 이처럼 Integrity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이유는, 실제와 괴리가 있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거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한동력 프로세스는 Integrity를 지켜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어떤 목표를 지향하는지 의식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온전히 통제하는 삶을 살며 내면의 안정감과 성취감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시작했던 고민이 재밌게도 행복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 주었다. 요즘 내가 행복한 이유는 내 삶의 키를 온전히 내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리고 내가 행복하는 데에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도 이제는 안다. 나는 더 이상 거창한 꿈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5. 마치며

우리는 항상 '끝'을 위해 살아갑니다. 주말을 위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장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살다가는 또 다른 '끝'들만을 바라보다가 삶을 마감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끝'이 아닌 지금 당장, 매 순간을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까지 목표를 이루는 프로세스에 대해 적어놓고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의아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목표를 꼭 이뤄낼 수 있는 방법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거창한 목표 없이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목표 추구 프로세스를 통해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목표를 이뤄낼 확률을 높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어떤 바람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식적으로 선택한 삶을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한 삶의 형태, 제가 선택하기로 결정한 삶의 형태를 공유드렸을 뿐입니다. 인생을 정답을 찾기 위한 여정보다는 각자만의 형태와 색으로 자유롭게 채울 수 있는 도화지로 바라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이 선택한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