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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패로 충분히 아파보지 않았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실패를 여러 번 마주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실패는 학습의 기회이다', '실패는 과정의 일부이다'라는 말을 추종하면서도, 막상 실패를 만나면 상처를 받는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어쩌면 실패에 상처 받는 이유는 내가 아직 실패를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를 잘 딛고 일어나는 방법은, '충분히 많이 실패하고 상처 받아보기'인 것 같다. '상처 받지 말고 극복하자'라는 마인드보다는, '아직 내가 충분히 아파보지 않아서 아직 아프구나. 더 맞아보자'라는 마인드로 임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실패를 회피하진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실패를 만난다면 일단 아파하고 상처를 충분히 느껴주자. 대신 그 후에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개선안을 실행해서 나아지자. 그렇게 해서 실패와 점점 친해지자.

 

탁월함에 속아 기본과 꾸준함을 잃지 말자

첫 직장이 성장맨들로 가득한 극초기 스타트업이었어서인지 나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하든 적당히 좋은 결과로 만족하지 못하고 탁월한 결과를 원한다. 이런 성향이 실제로 탁월함을 위해 노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측면에선 부작용이 있다. 때로 기본과 꾸준함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이 부작용이다. 탁월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 기본과 꾸준함을 갖추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 사실을 잊고 드라마틱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화려한 방법과 전략에 매몰되기도 한다. 탁월함을 위해 영리한 전략을 구상하는 일만큼이나 기본과 꾸준함을 갖추는 일도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그 가치를 경시하지 말고 겸손한 태도로 기본과 꾸준함을 소중히 여기자. 개발자에게 기본은 기술이다. 비즈니스나 임팩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앞서 기술을 꾸준히 학습하여 1~2인분은 거뜬히 해낼 수 있는 기술자가 먼저 되자.

 

나는 눈 앞에 문제가 있어야 달린다

2주 간의 방학 동안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나는 눈 앞에 주어진 문제가 있을 때만 효율이 좋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이 그럴 것 같긴 하다.) 방학이 되니 내가 세워둔 학습 목표는 있지만,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나 과제가 없으니 많이 루즈해졌다. 루즈해지니 효율이 안 좋아지고 이에 따라 기분도 안 좋아질 때가 종종 있었다. 나에게는 효과적인 일처리로 얻는 효능감이 큰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면서도 당장 직면한 문제가 없는 공백기가 이따금씩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단순히 나만의 학습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에게 명확한 문제나 과제를 부여해서 효율을 끌어올리자.

 

불확실성과 불명료성

그동안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했던 영역 중 일부를 '불명료성'이라는 개념으로 분리해 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불확실성은 예측 불가능한 요인으로 인해 문제를 막연하게 느끼게 하는 성질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시장 상황이나 고객의 반응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불확실성에 해당한다. 반면 불명료성은, 문제는 예측 가능하지만 구성 요소가 분명하게 인식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하는 성질이다. 예를 들어, 목표는 존재하지만 그 목표의 핵심이나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단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불명료성에 해당한다. 현재 마주한 어려움이 불확실성에 기인한 것인지, 불명료성에 기인한 것인지 구분하여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빠르게 실행하여 결과를 보고 피드백을 받아야 하며, 불명료성을 해소하려면 '작은 단위로 쪼개기', '시각화하기',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정의하기' 등의 방법을 통해 명료화를 시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했던 것 중 대부분이 불명료성이었다. 앞으로 이 두 개념을 구분하여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해보자.

 

우테코 레벨 3에서 얻어가고 싶은 것

레벨 2 방학이 하루 남은 시점이 되니 레벨 3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레벨 3는 팀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아직까지 레벨 3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일단 팀원이 누가 될지 모르고, 그 팀원들과 어떤 목적과 방향성을 가져갈지, 어떤 아이템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런 불확실한 사항을 차지하고, 나는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해 보자.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욕심을 가지고 있다. 두 가지 욕심은 기술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두 가지 욕심은 기술 외적인 것이다.

 

먼저, 기술과 관련된 첫 번째 욕심은 기본기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레벨 4까지이니 최소 네 달은 가져가야 한다. 따라서 유지보수성을 고려하여 코드를 짜게 될 텐데, 그 결과물이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객관적으로도 괜찮은 퀄리티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프로젝트 결과물 외에도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에 대해 잘 보충 학습하여 기본기를 보완하고 싶다. 이를 통해 비전공자로서 가지고 있었던 기본기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고 싶다. 두 번째 욕심은 우리 팀의 맥락 속에서 유의미한 기술적 의사결정을 해내는 것이다. 우리 팀 상황에 맞게 기술 스택을 잘 선정하고, 여러 트레이드오프 상황에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해내고 싶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실제 체감되는 성과나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다.

 

기술 외적으로 첫 번째 욕심은 사회적 자본을 잘 쌓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팀 프로젝트이니 협업이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아직 만난 적 없는 백엔드 크루들과도 협업해야 한다. 원래 알고 있었던 구성원들에게도, 새롭게 만난 구성원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있고 의지하고 싶은 동료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아마 여러 실험들을 해보며) 사회적 자본을 효과적으로 쌓는 노하우를 얻고 싶다. 두 번째 욕심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 모든 구성원이 만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중요할 것 같다. 첫째는 각 구성원의 솔직한 욕심이 잘 녹아든 팀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고, 둘째는 실행과 학습의 반복을 통해 앞서 설정한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와 팀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크게는 트래픽을 만들어 내보고 싶어하는 '임팩트파'와 기술 욕심이 큰 '테크파'로 나뉠 것 같은데, 두 쪽 다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고 싶다.

 

끝으로 이렇게 목표들을 나열하고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유명한 그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